외로움 15

소심

삶의 자세(?)라고 해야 할까... 내가 사는 모습이 참 답답하고 한심해 보인다. 소심한 사람이 소심한 이유는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이다. 그 어떤 것을 하려고 해도 만약에 아니 될 경우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다칠까봐, 주저하다가 막상 간단한 일임에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처음의 자그마한 삐그덕거림에도 그냥 손을 놓아보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냥 삐그덕거림.... 일 수도 있는데, 소심한 나는 그냥 쉽게 손을 놓아버렸다. 가망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다짐을하며. 시작조차 제대로 아니했던 다짐과 결심을 몰아내며, '저 포도는 어차피 시어서 못먹어'라는 여우의 변명을 내게 다시 늘어놓는다. 잘한 결정일까? 아니면 그냥 내 소심함이 만든 일상적인 오판일 뿐일까? ^^ 나중에 ... 혹여나 물어봐야겠..

긴 호흡 2007.03.31

쪽지

C: 무슨 소리야?? 친구의 상대라니? 영 무슨소린지 모르겠어. 아무튼 저번에 소개팅녀 한테 어제 전화했는데 이쁘긴 한데 정말 말이 없네. 전화하다가 끊어 진줄 알았다니까. 암튼 어려워~~ 그나마 얜 문자라도 꼬박꼬박 답해줘서 다행이다. 금욜에 뭐할건지 뭘 물어봐? 그냥 영화나 보던지 아님 근사한데 댓구가~ 안 가본데로. 분위기도 잡아보고 그리고 절대 회사욕하면서 자학하지마라. 절대 금물사항이야. 사실 저번에 미팅자리에서 너 좀 위험했다. 연애 교과서로 머리에 기름칠 좀하고 가는게 어떨지~~ 석영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Reply: 1.화이팅!! 2.소개팅 새끼쳐줘요..~~ 3.그런자리에서 회사욕하면 안되는 거였군요. 몰랐습니다. 쩝... 4.사실 지난 주 목요일인가 금요일인가에 내일로 약속 잡았었..

짧은 호흡 2007.03.22

화성에 뿌리 내리기...

척박한 환경은 거기서 살아가는 생명도 척박하게 만든다. 화성을 떠나는 것을 일단 포기했지만... 덕분에-덕분에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따로 발생한 사건일 수 있지만- 상당히 뭐랄까 허한 기분이 든다. 어디 나가기도 쉽지 않고... 누군가 만날 일조차 별로 없다. 회사와 기숙사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삶은 활력이 빠져있다. 오래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갖춰보려고 하지만, 이조차도 그리 녹록치도 편하지도 않다. 지난 주말에는 TV를 가져왔다. 예전 낙성대에 살 때 쓰던 녀석을 일년 반만에 창고에서 꺼내서 차로 여기로 가져왔다. 유선 케이블을 옥션에서 사서 연결하고.... TV둘 곳을 찾아 방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었지만.. 방이 너무 좁다. 지금 이 상태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더 넣기엔..

긴 호흡 2007.02.15

방년 27세

27~30세의 남자들에게 연말은 확실히 애매한 시기이다. 아직 혼자인 나게엔. 작년에도 혼자였으면서 올해도 혼자인 것이 무어 그리 새삼스러울 게 있냐고 말은 하겠지만 그게 그게 아닌 것은 말을 던지는 사람도 잘 알고 있으리라. 20대가 이제 익숙해진 것 같은데 어느 새 주변에선 결혼 소식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마디도 이제 난 결혼해도 될 나이가 된 거다. 어느 새... 돌아다니다가 저 글을 보고 그냥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방년 스물 일곱. 결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말 딱 좋은 나이에, 난 오늘, 겨우 만든 약속조차 그쪽의 사정에 의해 낙엽 떨어지듯 힘없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야했다. 그 사람과 무엇을 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만날 수 있는 누군가가 없었다는 근본..

Identity 2006.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