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화성에 뿌리 내리기...

풍경소리 2007. 2. 15. 00:04
척박한 환경은 거기서 살아가는 생명도 척박하게 만든다.
화성을 떠나는 것을 일단 포기했지만...
덕분에-덕분에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따로 발생한 사건일 수 있지만- 상당히 뭐랄까 허한 기분이 든다.

어디 나가기도 쉽지 않고... 누군가 만날 일조차 별로 없다.
회사와 기숙사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삶은 활력이 빠져있다.

오래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갖춰보려고 하지만,
이조차도 그리 녹록치도 편하지도 않다.

지난 주말에는 TV를 가져왔다.
예전 낙성대에 살 때 쓰던 녀석을 일년 반만에 창고에서 꺼내서 차로 여기로 가져왔다.
유선 케이블을 옥션에서 사서 연결하고....
TV둘 곳을 찾아 방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었지만.. 방이 너무 좁다.
지금 이 상태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더 넣기엔 머리를 싸매도 깔끔한 레이아웃이 나오지 않는 그런 상태.
억지로 TV를 구겨넣고 칼라박스를 하나 빼긴 했지만.. 역시나 태가 나지 않는다.

음악을 들어보겠다고 성열이형한테 안쓰는 미니컴포넌트를 싸게 업어왔다.
막상 ..... 설치하려고하니 역시나 놓을 곳이 없다.
그저 컴퓨터 스피커를 치우고 그 자리에 겨우 비집고 녀석들을 넣었다.
기쁜 마음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더니.... 영 답이 없다. 라디오는 꽝..
시디는... 정품 시디도 50%정도밖에 읽지를 못한다.
컴퓨터 스피커 그 이상을 바라기는 힘든 상태.

빌려온 책마저 게으름에 지쳐 읽지 못하고.....
공간이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어찌라도 오디오 하나를 더 사보려고 매일 옥션을 뒤지고 있다.
정작 내가 부족하다고 ,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디오가 아닐텐데....

그저 밝지 못한 요즈음의 기분을
그리 필요하지는 않은 그 무언가를 구매함으로써 억지로 채워보려는 그런 형국이다.
당장 주말부터 설 연휴인데,
명절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착 가라앉은 느낌만이 점점 짙어질 뿐이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