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시간, 만남, 조건

풍경소리 2011. 4. 24. 21:01
벌써 일요일 밤이구나.
시간이 잘~~흘러가는 일요일 밤.

4월 24일.
딱 넉달이네. 헤어진 지...
그동안 잘지내지 못했다는 게 나 스스로의 판단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잘 지내야겠다는 건
내 다짐이다. 수많은 미련과 아쉬움이 여전히 나를 괴롭히지만,
이제는 따뜻한 봄 햇살아래 모든 것을 녹여 털어버려야 하겠다.
그냥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모든 것을 조용히 내 속으로 갈무리 해야겠다.

어제,
이별 이후의 첫 소개팅을 했다.
굳이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살짝 등 떠밀린 듯한 모양새를 가지고 부담없이 나갔던 그 만남.
태어나서 하는 첫 소개팅마냥 만남까지가 두근두근 떨리는 것이 즐거웠다.
연애의 설렘과 환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기다림은 삶의 소소한 행복이다. 아침부터 무얼 입을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고, 늦지 않게 준비하고 ,
기다리면서 어떤 사람이 올까 혼자 상상하며 들떴던 오전.

처음보는 사람과의 어색함,
어색함을 풀어가는 하나하나의 과정들.
어색함이 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어색하지 않게 노력하는 내 모습이 뿌듯했다고나 할까.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어설픈 모습은 그대로 투영된 듯 하고, 내 안의 조금 어두운 면은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했는데
잘 감춰졌는지, 혹은 이제는 내 어둠들이 많이 사라졌는지...궁금하네.

좋은 일인지 아닌 지 알 수 없지만,
나가기 전의 왠지모를 불안감이 적중한 듯 싶다.
별 건 아니고, 어제 만난 아가씨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런...
아직 정리못한 종교에 대한 관점, 내 옆사람이 신을 믿을 때 -정확하게는 '하나님'이겠지- 내가 어떻게
대처할까에 대한 내 생각. 뜯어 말릴 수도 없고,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건지?
그게 결국에 문제 안되고 잘,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수 있는 건지...
며칠간 고민했던 , 하지만 결론내지 못하고 갔던 그 문제가 곧바로 현실이 되어버렸다.

정말 이뻤던 것도 아니고,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지도 .... (사실.... 그러길 바란다 ^^;)
그냥 평범해보이고,
조금 나사가 한바퀴 정도만 풀린 듯한 모습이었지만..
뭐랄까, 내가 옆에 있어주고 싶고 옆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적당히 숫기있고, 적당히 숫기없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나만큼 잠이 많고..
웃는 모습이 이쁘고,
적어도 어제는 나와 얘기하면서 잘 웃어준.
그런 사람이었다.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늘 얘기하던 '참한여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그럼 무조건 잡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