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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홀랜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닷컴(웅진.com)
나의 점수 : 85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보았는가?
내가 아는 로마는 거의 그녀의 눈으로 본 로마였다.
비록 시저의 '갈리아 전쟁기'를 읽어보긴 했지만 이는 어차피
시오노 나나미가 해석한 '로마'를 보는 그 시선의 연장선으로 아무런 수정없이 본
같은 로마였을 뿐. 새로운 로마를 본 건 전혀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
글은 참 잘 쓰는 사람이다. 맛깔스럽다는 표현을 할까?
그녀의 서술에는 애정이 물씬 풍겨 나온다. 굳이 로마인 이야기의 서술 뿐만 아니라
그녀가 썼던 모든 책에 걸쳐서 그 책의 주제에대한 애정은 누구라도 쉬이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애정이 독인지 득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을 뿐.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상당히 내게 색다른 시선으로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을 집은 이유는 시저의 매력에 다시금 빠져보고 싶어서였다.
시오노 나나미 책속의 시저는 매력덩어리 그 자체였기에 , 그녀의 서술에 매료되었던
나는 다시금 그 매력덩어리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의도는 몇장 넘기지
않아 쉽게 좌절되었다. 진정한 역사서란 원래 딱딱한 걸까? 로마인 이야기가 듀이
십진 분류표에 의해 900번대로 분류되는 것도 애매하다 생각했고, 시오노 나나미처럼
글을 맛깔스럽게 썼길 기대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몇장을 넘겨보았을 뿐이지만
책의 글은 너무나 딱딱했다. 객관적 서술 그 자체- 실제 객관적 서술이라기보다는-
나는 객관적 서술을 하고 있다, 나는 객관적 서술을 하고 있다.. 라고 계속 되뇌는 서술
이었다. 짧디 끊기는 문체에 사실만을 기록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글은
무척 딱딱하였다.
그리고 내용 자체만 해도 상당히 충격일 수밖에 없는 것이, 저자는 감정없이 글을 쓰고
있었다. 아니 되려 시저라는 인물에 대해 호감보다는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역사를 종이에 옮기고 있었다. 그라쿠스의 개혁 시도부터 , 로마라는 존재자체를
악한의 집단의 느낌으로 마치 재선에 성공한 부시를 악평하듯 망해야 할 국가가 계속
존재함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쭈욱. 기존 책에서 깊게 다루지 않았던 로마의
부패상과 식민지 정책의 양면성 제국주의적인 모습을 자세하게 다루고 반대로 로마의
영화는 소소하게 줄여서 서술하였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로마의 지도자들은
과연 정말 자신의 돈과 안위 때문에 그 많은 팽창정책과 국가에의 봉사(?)를 시작하였던가?
모르겠다. 시오노 나나미의 서술과는 너무나 다른 로마의 모습에 비록 사회의 모습을
서술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충분히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기본형이 로마라고 지금껏 꿋꿋이 믿고있던 나로서는 지도층의
양면성까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들이 정말 자신들만을 위해서 로마를 이끌어가고 있었다고
믿고싶지는 않다. 그들이 이책에서처럼 정말 자신의 권력과 영달과 재물만을 위해서
로마를 이끌었다면 그들이 그 시기에 행한 정책들은 다 기만이고 사기란 말인가?
최소한 그들은 그들의 이익과 로마의 이익을 동시에 생각하며 정책을 펼쳐왔던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개인적으로 로마의 공화정에서 왕정으로의 진화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 책 배후에 깔려 있는 '공화정 만능주의'를 발견할 때마다 탐탁치 않은
기분이 든다. 어차피 공화정이래봐야 소수의 귀족들에 의한 과두정치에 불과한 것일진데
실제 민중의 입장에서 왕정이랑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차라리 왕정이 소소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더 나을 것이다. 과두정에선 귀족들이 어우를 대상이지만 왕정에서는 되려
경계 대상이 되므로 그들을 억눌러야 할 필요성이 생기니 말이다. 물론 이건 일반적인
왕정의 경우고 아우구스투스가 생성한 얄궂은 왕정에서는 이도 저도 아니긴 하다.
역시 이런면으로 생각해봐도 시저에대한 평가는 너무나 악담 일색이다. 돈만 아는
인물에 야욕만 큰 인물, 그리고 능력보다는 정치력만 뛰어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갈리아 정벌의 수많은 업적들은 시저의 지휘력은 그저 잊어버린 채 강대국의 일방적인
유린-물론 강대국의 정벌이 맞긴 하다, 하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 이후 폼페이우스와 원로원과의 전쟁도 몽땅 시저쪽으로 책임을
돌린다. 우스운 점은 시저의 승리에 대해선 별 언급없이 당연한 것으로 슬쩍 넘어간다는
점이 되겠다.
이후에 있을 이집트 원정(?)과 클레오파트라와의 외유도 로마를 그냥 버린 것이
되어버리고 내전후 처리부분도 다 사라진채 종신독재관 직을 노리고 영원한 권력자가
되어버리는 그 부분만을 강조하여 악행-내가 보기엔 악행이라기에도 뭣하지만-만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이런 서술은 ...
아우구스투스의 황제 집권까지 쭈욱 계속된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설사 이 책의 서술이 사실이라도 아직은 받아들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