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다녀오자

운문사

풍경소리 2005. 4. 1. 00:57
청도 운문사.

이름은 몇 번 들어보았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잠깐 나왔던 듯 하다.
대여섯 번을 읽었음에도 몇권에 나왔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던 건 운문사 일주문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과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다는 것, 그정도였다.
그냥 한번즈음 가보고 싶다였을 뿐.
사실 저기 꼭 가봐야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그냥 그런 사찰 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늘 우연히 찾아온다.
몇 주전 난 지금도 에러라고 생각하는 , 철도연 프로젝트 실험을 따라가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 잘못된 결정 덕분에 시간이 남아서 운문사를 구경갈 기회를 잡게 되었다.

청도 군에서 동쪽으로 쭈욱 운문을 향해 가다보면 왼쪽에 운문댐을 끼고 있는
꽤 괜찮은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길 주위에 널린 감나무밭이 포근하게 길을 감싸고
그곁의 산이 감나무 밭을 감싸준다. 감나부 밭이 질릴 무렵이면 이제 운문댐이 나와서
시원한 물과 산의 경치를 보여주고 곧 운문댐에 물을 공금해준다고 보는 자그마한 하천이
상류 계곡 답게 맑고 힘찬 물줄기를 보이면서 우리 눈을 즐겁게해준다.

경치가 아름다우니 가는 길도 금방이다.
절의 입구에서 주차료를 미리 지불하고 가는 그 짧은 소나무 숲길.
그 길을 차를 타고 간 게 너무 아쉬웠다. 걸어갔더라면 훨 더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고 있으니 그냥 가야지.

주차장에 차를 새워놓고 차에서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바로
아늑함이다. 간단히 우기면 분지라고 그냥 결론내려버릴 수 있으나 분지란 말은 풍취가
전혀 없는 딱딱한 단어이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전후 좌우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산들 틈에 포근하게 있는 자그마한 평지 위에 운문사가 살포시 내려 앉아 있다.
이 거센 산들 틈에 어찌 이런 아늑한 공간이 있을까 궁금해할 정도로. 운문사는 거친
산들 사이에 너무나 조용히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름대로 널찍한 평지라 들어가는 입구의 골목길(?) 조차
이렇게 꽤 길다.


운문사 정경

승가대학이 있어서인지 나름대로 상당히 큰 절이었다.

운문사 입구(?), 밖에서 본 모습


안에서 본 모습





어떤 역할을 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뻥 뚫린 강당같은 느낌이 좋았다.



추녀와 절을 둘러싼 산의 선이 너무 잘 어울렸다.
아늑함 그 자체.



석탑- 보물이라고 했던 듯 -과 석등 그리고 - 가람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지금 봐도 이쁘다.



석탑 하나. 예술성과 담을 쌓고 살아서인지 사실 석탑을 보고는 별 느낌을 받지 못했다.
차라리 석등이 훨씬 아름다웠다는 게 내 생각..


기단부엔 꽤 세심하게 조각이 되어 있었다. 비록 세월의 흔적에 따라 많이 삭긴 했지만.


보물이 맞다는 군.



건너편엔 부산하게 움직이는 비구니 승들이 있었다. 폐가 될까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운문사의 명물 처진 소나무.
너무 멋있다.






아늑하다. 역시.



절을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운문사는 분명 색다른 절이었다.

절은 원래 산에 있는 게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서도..
산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평평한 절은 처음이었고..
그러면서도 이리도 아늑한 느낌을 받은 절은 지금껏 없었다.

나중에 명사 순례라도 해 봐야 할 듯 하다.
다른 절은 또 어떤 아름대움이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