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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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2006. 11. 28. 23:31
월급쟁이의 삶이란 건 참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하루를 월급과 교환한다.
퇴근해서는 잠시 쉬곤 다시 다음날을 위해서 무리하지 않게 일찍 잠이 든다.
그리고 이튿날.. 똑같은 일상의 반복.

기다려지는 것은 월급 명세서가 나오는 날.
유리알 지갑이라고 표현할만큼 뻔한 그 돈. 내가 얼마 받는지 언제나 예상 가능한
그 몇푼 , 그돈에 인생을 걸고 살아간다. 지난달과 똑같은 돈이 들어왔음이 분명한
그 명세서를 보고 잠시 환히 웃다가, 물론 지난달과 똑같은 세금이며 연금이며
의료보험이지만은 그걸 보며 지난달과 똑같이 얼굴을 찌푸리며 정부와 공사를 욕하곤
조용히 메일을 닫는다.

문제는 너무 뻔하다는 거다. 많이 받는다면 많이 받는 것이겠지만, 수도권의 집값과
물가를 생각했을때 , 나처럼 빈손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의(사실은 정확히 빈손은 아니다,
아버지가 결혼자금으로 주신 3천200만원. 이 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니까. ) 시름은
작지 않다. 결혼 자금으로 전세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1억이상, 만약에 전세가 아니라 집을
산다면-물론 10년 내에 살 생각은 없다. 수도권의 집값의 거품은 10년 내에는 떨어지겠지-
돈은 더더욱 많이 들 터, 손 벌릴 데가 없다면 내가 직접 그 돈을 모아야 한다.

다행히, 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취직을 한 셈이다. 대학 졸업과 군대를 치자면 올 2월에
졸업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난 이미 작년에 취업을 했기에 그만큼의 시간을 번 거다.
내 계산에 의하면 보수적으로 계산한다 할 지라도 서른 전에 1억이란 돈은 모을 수 있을 것
같다.(이것도 순전히 우리 부모님 덕분이다. 사실은. 학교 다니면서 받은 용돈 덕분에
과외비의 상당량이 내 주머니 속으로 저축 가능했으므로... ) 서른에 1억이라, 작은 돈은
아니다.당연히 큰 돈이다.  한가지,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을 간과한다면 말이다.

모든 것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게 너무 뻔하다고 투덜대는 것도, 만족 못하는 것도.
옆에 친구가 하는 것을 보면서 살짝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다 욕심이다.
욕심을 못 이겨 결국 패가망신의 직전까지 간 우리 아버지를 옆에서 지금까지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길(?) 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스스로는 '안전하다, 바보처럼 그렇게는 안한다'
라고 되뇌고 있지만, 한계 금액을 정해놓고 할 거라고 되뇌고 있지만.... 내 이 결심이 제대로
지켜질런지 불안하다. 막상 손해를 보기 시작한다면 처음의 이 결심들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어제 원석이랑 덕원군이랑 메신저 대화를 하다가 결국 '예약매수'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날 제어했던 것은 그나마 '회사에선 막혀 있으니까..' 였는데 굳이 그 시간에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화의
내용도 '주식을 하자'였기에, 결국 난 예약 주문으로 오늘 주식을 사게 되었다.
그것도 예상했던 것의 두배가 되는 양을...--;;; 50주를 산다고 입력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새 날라온 '체결알림' 문자는 100주를 샀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결국 주식에 현재
투입된 자금-하룻새-은 자그마치 240만원.
300까지만 쓰기로 맘 먹고 있지만.... 지켜질 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 확신이 없다.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내가 산 딱 두종목만 올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