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사고& 사건.

풍경소리 2008. 3. 25. 21:55
내차

3월 1일.
생과사의 경계를 잠시 다녀왔다.

말이야 이렇게 거창하지만, 사실.. 워낙 순간이라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그 기억이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기억은 오래오래 남겨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는데 말이다.

사건의 원인은 간단하다.
그날도 또 큰 싸움이 있던 날이었다. 그녀와 진짜 헤어지려고 맘 먹었고 헤어지기로 했고,
난 친구를 만나러 서울 올라가는 길이었다. 내게 분이 덜 풀린 그녀는 ....
화가나면 절대 전화하기 싫어하는 그녀는, 자신의 화를 문자로 풀었고...
잘못된 운전습관을 지니고 있던 나는, 오는 문자를 족족 운전하면서 읽었다.
문자가 왔길래 습관적으로 핸폰을 꺼내서 문자를 읽었다. 분노에 찬 문자가 좀 길었다.
여덟줄은 되는 문자를 읽고 정면을 봤는데
아뿔싸, 앞 차가 서 있었다.
차들도 많기에 옆 차선으로 대피는 생각조차 못해봤고,
그냥 곧바로 브레이크....
이미 늦은 브레이크.
브레이크 밟는 것과 거의 동시에 차는 앞차를 들이받았고.
내 앞차는 고장나서 서 있던 앞앞차를 들이받았다. 3중추돌.

80km/h 정속주행을 하던 중 마지막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았기에 , 최종 예측 추돌 속도는 대략 40~50km/h.
이만한 것이 다행이리라.
차에서 내려서 주변을 살피니 다친 사람은 없는 듯. 슬슬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도 다행히 벨트를 했기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벨트에 눌린 가슴이 아리기 시작했다.
.......

.....중략.....

사고 거의 한달이 지난 지금.
몸은 거의 괜찮아졌고.
차는 이미 폐차를 했고...
여친은 결국 또 헤어졌고....ㅋ.(정말정말 지겹다. 이런 꼬라지도!!!)
....
맘은 공허한 그런 상태이다.

죽을 뻔 한 경험을 몸 속에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오늘도 회사에서 200km/h로 달리는 겁 없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봐선
사고가 내게 그리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진 않다.
조금 더 사람이 게을러진 거 말고는......

이만한 게 다행이지..
정말 이만한 게 다행이지.
정말 죽을 뻔 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