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4

풍경소리 2008. 1. 23. 12:55
어쨋든,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세번째 일이었으므로.

그제 그냥 기분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더랬다.
싸운 것도 아니고, 싫은 소리를 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존재감이 전혀 없는 내 존재가 싫어 그냥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었는데...

한나절동안 달래려고 시도를 하는 듯 하더니
그 다음엔 다시 연락두절이다.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그냥 무시.

그러다가 열두시가 다 되어서 날라온 문자 하나

'이제 실랑이 그만해요. 이미 오빠도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일이란 거 알아요
모른 척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역시나... 그날 같이 술 먹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와 소용없는 일일지만. 엉클어진 실타래는 역시 풀수가 없네요
서로 더 끌지말고 이제그만 놓아요. 오빨 위해서 그게 좋겠어요'

늘 이런 식이다.
내가 흔들리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지.

관계를 계속할 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좋다는 것도 그저 말 뿐인 듯. 만날 때 뿐인 듯. 만나지 않는 순간은
내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누굴 만나면 전혀 연락이 안되고 , 자기 주변의 그 누구도
내가 얘 남자친구인지, 얘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언제나 도망칠 수 있는 5분 대기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내가 늘 한결같길 완벽하길 바란다...


나도 내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만, 따지고보면 난 더 여린 걸.
그냥 만날 때의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로는 .... 힘들다.
만나지 않을 때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자이니.

그리고..
이런 걸로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을 보이면 돌아오는 말은 그저.
'이쯤에서...'
'허어져요...'

사귀기 전이랑 사귄 후랑 어찌 이리 똑같을 수 있는지. ㅋ
처음에 잘 모를 때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이런 모습만 여섯달을 넘겼다.
거의 매주 반복되는 '그만만나자'....
나도 이젠 지치고 귀찮다. 내가 뭘...!!!
그냥 외로워도 혼자 살아야겠다...

잡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목숨을 걸어가면서 잡진 않겠다는 말이다.
아마 그녀도 절박함이 없는 행동이란 걸 잘 알고 있겠지. 그러면 역시나 아마 또...
돌아서지 않을 게다. 그렇게 마음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저 외로워서 날 만난 거니까...

이 쯤에선 날 추스려야 할 때지싶다.
주말 즈음에 한 번 정도 더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