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주말 보내기

풍경소리 2007. 4. 16. 18:25

주말에 있었던 일들.
1.금요일 밤에 실험실 사람들과 한잔 하려다 올라가기 싫어서 중간에 방향을 틀다.
결국 현섭이네 커플과 요구르트 빙수를 먹다

2.토요일 점심은 경미와 대학로.
올만에 보니 역시 반갑더라.
토요일에 대구 내려간다기에 서울역까지 바래다주다가 ...
와플이 손에 묻고.. 내 새 잠바에도 묻다..--;
세탁을 새로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상당히 고민을 하도록 만든 사건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실제 옷 상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3.토요일 사알짝 늦은 오후부터는 오카리나 모임에 참석.
오카리나를 꺼내들고 도레미파솔라시도까지만 분 다음에 다시 그냥 집어 넣고 수다모드로.
난 언제 연습을 할까나?- 사실 연습 포기한지가 2년이 넘었지만.-
교보문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맥주집에서 클럽의 미래와 우리의 비전에 대해서 수다.
화성에 오니 이미 열두시. 화성에서 서울 다니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한시간 반동안 지하철을 타고
30분을 운전하는 건 나름 체력을 요한다. 주말마다 거의 매번 서울-구미를 왔다가는 박상은 얼마나
체력이 좋은가.

3.5 밤에는 우연한 전화통화 한시간 이상이나 전화를 하다니. 내돈...

4.일요일. 학교 벚꽃이 너무나 보고 싶어. 차를 끌고 학교까지 향하다.
평소엔 절대 타지 않는 고속도로-1600원-을 들여가며 , 주차비를 감내하면서 학교 안으로 진입.
역시 산골의 학교인지라 딱 절정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서관과 그 주변이 깔끔하고 다닐맛나게
바뀌었더군.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는 커플을 보며 부러움과 아쉬움을 느꼈다. 차라리 늦게 학교를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대충대충 학교를 둘러보다 마침내 내가 젤 좋아하는 버들골 큰 벚나무에 도착했다. 사진 몇장을 찍고
천천히 걸어내려가는데 낯익은 커플이 하나 보이는 거다. '현섭이' 였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커플 사진을 몇장 찍어주곤 그냥 도망치듯 학교를 벗어났다. 왠지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뭐랄까...
주말에 약속 없이 혼자 화성에서 벚꽃보러 온 내 모습이 가슴 시리게 부끄러웠다. 못난 놈 같이.
혼자 약속없이 이미 졸업한지 이년이 다되어가는 학교를 돌아다닌다는 게 나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것이었을까?

5.학교에서 한시간여를 올라가서 홍릉수목원을가다. 수목의 경치를 따지자면야 당연히 수목원이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게 당연하겠으나 뭐랄까 수목원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았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시멘트를 보더라도 학교는 추억섞인 향기가 난다. 하지만 수목원에는 추억이 없다.
그저 내겐 별 의미 없는 풀과 나무들 뿐. 사진 찍는 일 자체가 더욱 의미없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어색함도 이를 더해주고, 뭔가 모르게 고장난 것이 아닌가 불안한
x-700도 한몫을 해주고.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풀리긴 했으나, 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닌가보다.
&..화성에 도착하니 이미 열한시 십분 잠을 청하다.

6.밤에 이상한 문자를 받다. '이상하다'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그런 문자였기에.
그냥 묻어버리고 잤지만, 지금도 사건(?)은 진행중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미 '연애'의 관계로 가지 않기로 합의를 본 이후의 연락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더욱 난감하다.
그냥 덮고 끊어버려야 할 것인지, 계속 캐어서 나의 잘못을 가려야 하는 것인지,
게다가 (팀장지나간다. 일단 마무리)-쳇 이 밤 늦은 시간에 왜 멀고먼 nvh동까지 온 겐지.^^-
그리고 캐다보면 내 잘못과 내가 믿었던 사람의 '입쌈'이 그냥 그대로 드러날 것인데....
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차피 발전할 가능성도 없는 여자 관계 그냥 끊어버리는 게 이성적으로는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고 싶은 것은 그만큼 내가 외로운 탓이리라.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 그애는 화가 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