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미팅

풍경소리 2007. 3. 13. 23:24
벌써 지난 주 토요일의 이야기.
하는 것도 없어보이는데 왜 시간은 이리도 잘 지나가는 건지.

주선은 영민이형.
소스는 영민이형 누나랑 같이 근무하시는 분의 친구들.
특이사항은? 본인이 '소스'인 소개팅에 '동생이 나오는 것은 보기에 별로 좋지 않으니,
영민이형은 다른 사람으로 행동해야 했다는 것.
본인의 성을 '김영민'으로 잠시 바꾸었으나 , 정작 자신이 소개를 할때 잠시 '윤'영민이라고 했다가
급히 주워담는 센스를 발휘했었다.

스물 여덟의 미팅이지만, 생각해보고 따져보면 스무 살때 한 미팅과는 별 차이점이 없었다.
남자는 남자끼리 , 여자는 여자끼리 한줄로 주욱 늘어서서 어색하게 인사하고,
어색함은 약한 가벼운 맥주로 달래고, 소개팅보다 조금 더 짧은 자기소개.
사는 곳 물어보고, 지금 하는 일 물어보고...
약간은 짖궂은 질문도 하다가 어색하면 맥주잔 사~알짝 부딪치고...
진실게임류의 행동에...
서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려는 내숭과 오버.
굳이 따지자면 스무살의 미팅에서 솔직함을 한 반쯤으로 줄이면 된다고나 할까?

그렇게 미팅은 흘러갔다.
스무살의 미팅과 스물 여덟의 미팅이 같다고 해서 결코 스물 여덟의 미팅이 재미 없는 것은 아니다.
스물 여덟에는 똑같은 내용의 미팅이라도 그 희소성 만큼의 재미가 가중되기에 같은 시간도 훨씬
새롭고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번에는 더욱 짝짓기에의 미련이 남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깊은 대화는 없었지만, 내 머릿속은 '재밌었다'라는 말로 가득차있다. 왜 재밌었냐,
어떤게 좋았었냐라고 누가 꼬치꼬치 캐 묻는다면 대답할 말은 없다. 아마도 그저 내 잠재의식은
스물 여덟의 미팅은 실질적 쓸모가 아닌 단지 심리적 가치에 의해 소중한 '명품'마냥
'좋아야 하는 것' 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았을까?

기실 아무도 모난 사람 없었고, 다들 즐거이 웃었고. 웃으면서 헤어졌으면 그로 즐거운 미팅인 것이지,
그이상 더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소개팅과 달리 미팅은 -만약 그 이상을 바란다면 말이다. - 헤어진 직후부터 그 모든 것이 시작이다.
만약 누군가가 '미팅'자체가 아닌 그 이상을 바라고 나왔거나 바라면서 헤어졌다면 말이다.
연락처를 받고 서로 교통정리를 하며 나름 작전을 짜고....
그때부터는 진실된 게임(?)이 시작되는 거다.

이번 미팅은?????
????
나도 모르겠다.
이제 게임(?)은 시작된건가????

여튼!!!!!!! 내 인생에 언제 또 미팅을 할 기회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