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다녀오자

속초

풍경소리 2006. 9. 4. 23:09
인생의 99%의 시간은 계획대로 되는 시간이 아닐게다.
설사 계획대로 되고 있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계획이라는 것은
그 일의 시작일 뿐, 내가 그일에 몰두해있는 그 순간에는 계획에 따른 일이라기보다는
아무 생각없는 단순반복작업에 의한 일이 아닐까.....

충동.
도덕 교과서에서 쓰이는 저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싶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모르겠다. 부정적인 방향의 충동보다는 삶의 활력이 되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모든 것은 목요일 저녁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보는 낯선 번호..
'018-xxx-xxxx'
'예, 풍경소리입니다.'
'여보세요, 나 E애인데..'
놀랐다. 사실은 데이트 신청인줄 알았었다. 물론 내 바램과는 무관한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자기 집인 '요양원'방문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물론.. 지난 주 소개팅한 그녀와의 만남이 불발이 난 주말이므로 시간은 무지 여유로운 상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토요일 열두시 출발.

episode 1.
영동 고속도로를 타다가 대화중에 나와야 할 톨게이트를 놓치다.
E애양 왜 그리 삶이 복잡한겨, 제주도 빼고 다 살아 봤구만.ㅋ

episode 2.
다음 톨게이트에서 나와서 길을 가다가 왼쪽에 불난집을 보다. 119신고.
이미 신고 들어왔다는 119, 그리고 길을 가다 한참 후에 힘겹게 천천히 올라오는 소방차를 보다
아마 그 집은 전소 했을 듯.

episode 3.
잠시 대화에 팔려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순간 ...커브를 놓쳐 가로수와 충돌할뻔하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마지막 순간에 핸들을 못 돌렸다면.....
덕분에 잠시 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음.

episode 4.
요양원은 정말 시골이었다. 우리집보다 더욱 산과 골이 깊은 곳이었음.
그리고.. 내 느낌은 일단은 넘어가련다.

episode 5.
거기서 인사하고 출발해서, E애네 아버님이 추천해주신 계곡을 찾다.
미리 준비한 상추와 버너와.. 기타 등등을 다 꺼내고 이제 고기를 구우려고 고기를 찾는 우리들.
아뿔싸...고기는 E애네 냉장고에....
덕분에 허기를-점심도 못 먹었음,이미 저녁 여섯시 반- 가져온 옥수수와 토마토로 달래다.

episode 6.
고기도 못먹었고, 충동 여행은 시작되어 강릉으로 출발~
하지만 도중에 '냉장고에 든 고기'가 아까워 E애네로 다시 핸들 돌림.
덕분에 네명은 저녁 대접을 받음. 비빔국수와 '땅콩'들어간 잡곡밥.
잡곡밥에 땅콩은 정말 드문 일인 듯. 조심히 먹었지만 결국 양념을 옷에 묻히다.
칠칠맞게.--a, 쳇.. 조심히 먹었는데.

episode 7.
'넌 정신 빼놓는 게 취미냐?' E애네 아버님 말씀.
식은 밥 없냐고 물어본 덕분에 우리가 가는 사이에 밥을 해두신 E애네 부모님.
그 밥을 들고 강릉으로 출발.
하지만 목적지는 어느 새 속초로 바뀌어 있었음.
그럼에도 난 꿋꿋이 강릉 가는 줄 알았음.

episode 8.
네비는 왜 올때 온 영동 고속도로를 찾아주지 않는 걸까?..
한시간동안 꼬불꼬불 길을 따라갔더니 '태기산' 정상이 나온다. 해발 880M.
도대체 이 어렵고 험한길을 어찌 오게 된거야.. 무서워~
겨우겨우 산을 넘었더니 이제 겨우 휘팍.....--;;;; 시간 낭비 제대로..

episode 9.
속초 도착은 이미 열시.
회를 사고 ... 속초 해수욕장 주변에 민박을 정하다.
나름 여기에도 애환이 있었으나, 휴양지에서 방구하는데 이정도 사건은 늘 있는 일.
4만원에 방 하나를 구하다.

episode 10.
회타임... 술은 큐팩하나. 하지만 배가고파 회로 배를 채움.
하지만 매운탕 양념을 사는 걸 잊어먹다. 까짓거 뭐 지리(?)로 해먹자. ㅋ

episode 11
다음 날 아침은 드뎌, 예의 그 삼겹살과... E애네 부모님이 싸주신 잡곡밥.
그리고 국물을 위해 끓인 라면 맛있었다.

episode 12.
방을 정리하고 속초 해수욕장에 바람쐬러 나가다.
9월임에도 아직 쌀쌀하지는 않은 바닷물.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
옷만 있더라면 바닷속에 풍덩 빠지고픈 맘을 느끼다.
9월의 바다...
겨울바다도 함 더 느껴볼까?

episode 13.
열두시 반 귀성 시작.
주말 영동은 역시나 막힌다.중간에 국도로 전환.

episode 14.
바보 E애양.
바보 스럽게 아픈 걸 참고 있었다. 두통 호소.
저녁에는 앉아있을 힘도 없는 듯.
여행의 유일한 후회스러움.....

episode 15.
포란재 도착 열시 사십사분.
제대로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