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다녀오자

몇년만의...

풍경소리 2006. 6. 7. 21:49
아름다운 기억

콘서트란 건 아니 그 비슷한 거란건...
대충 몇년 만이던가?
스물 네살의 3월의 이승환 공연이 마지막이었던가?
언제라고 얘기하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오랜만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어제는 날이 아니었나보다.

어찌보면 표를 구하는 것 자체부터가 일이 꼬인 것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소개팅에서 콘서트가 있다는 걸 보고, 그 소개팅과는 연락도 안되고..
혹시나 하고 산 표였지만 역시나 갈 사람은 없고,
애매한 쏭양과 가기로 했던 것 부터가 어쩌면 잘못일런지도...

그리고 역시나 어제 오후도 조금 꼬인 날이었다. 쏭양과의 약속도 미스타이밍이 났고,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올라올 수 있었던 기숙사의 사정도 은근 내 속을 자극했을터다.
그리고 공연,

느낀 건,
이번 공연에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누구의 공연이 아닌 '유재하 추모공연'의 성격이었으니,
그냥 자기가 자신의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 듯 싶다.
sweet sorrow야 원래 어린 애들이고 시켜서 나왔을테니, 곡 두개 뻘쭘하게 부르고 가도 된다.
안 트리오야 자기들 공연 앞에서 홍보하러 나왔으니 곡 두개 연주하고 사라져도 무관하다.
정일영, 그아저씨는 원래 독특한 성격이니 지 노래 멋대로 하다가 가도 되나???
김광민, 재즈피아니스트인데 왠 잡스런 음악으로 자기 시간을 다채우나?? 김광민이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던 사람이었던가? 거의 프렌즈에서의 '로스'의 전위음악을 보는 느낌이었다.
멍하게 시계만 쳐다보며 '본전'생각만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정신(?)을 못차렸던 건 박정현이었다.
자기 콘서트도 아니면서 혼자 오버하며 방방뜨고 네곡이나 부르며 시간을 보내서 정말 즐거웠다.
정현누님~ 넘 귀여워요^^

그 다음의 토이, 유희열은 그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 섞인 입담으로 청중을 즐겁게 했지만
'A Night in Seoul'한곡 연주하고
김연우 불러서 두곡 부르고(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그렇다고 해도 김연우의 노래는 누가 뭐래도 최고였다!!!!-
김형중 불러서 두곡 부르고(그랬나봐, 좋은사람) -솔직히 김형중 보기 싫었다.
연우 아저씨가 그냥 네곡 불러주는 게 훨 더 좋았는데, 김형중은 노래를 못부른다기보다
그냥 노래 스타일이 싫다. 간드러진 목소리하며... (more참조, 2004년의 일기)-
그러고 그냥 땡이었다.

앵콜도 없고...
그냥 마지막에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유재하 노래 하나 김연우아저씨가 불러주는 게 다였다.
그러곤 byebye.....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일을 할때는 '정'과 '부'가 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같이 대충 몇명을 합쳐서 불러 놓은 공연의 문제는 정말 책임감을 갖고
공연을 이끌어가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각자 적당히 시간 떼운다는 느낌으로 몇곡 그냥 부르고 사라져버리면 관객은 뭐가 되는가?

그리고 또하나의 문제는 몇명을 부르긴 했으나 그 각각이 모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각자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관객의 스펙트럼의 한계를
넘겨버렸다. 이번 공연은 편집 앨범이었다 노래가 좋았다고 그렇게 평가한다 하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마구 섞은 편집앨범같은 느낌이었다. 하드락에서 재즈로 갔다가 갑자기
클래식으로 이어지는 장르도 느낌도 알 수 없는 일관성 없는 그런 공연이었기에
내가 익숙한 곳에선 몰입할 수 있었지만 낯선 곳에서는 유감없이 본전 생각이 나는
장단 맞추기 힘든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배울 점이란 건...
일단 같이 갈 사람을 구한 다음에 표를 사자..
그리고 어떤 공연인지 성격을 확실히 보고 확신이 들때나 표를 사자......
이정도가 되지 않을까?..

김연우 vs 김형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것인가?
아니..
솔직히 말하자.
일반적인 사람들 중 누가 김형중과 김연우를 알까?...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거다. 분명히.

솔직히, 내가 김연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토이를 알고난 뒤였고
김형중이란 사람의 존재를 깨달은 것도 토이 5집을 통해서였다.
나와 같은 취향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알려진 사람이지
그냥..일반적인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는 처음듣는 생소한 이름일 뿐이다.

그래 미리 설명을 하자.
이들은 우선 토이의 객원가수로 알려져 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김연우는 예전부터 토이 보컬(?)을 맡았고.
김형중은 5집에서 '좋은사람'을 부르면서 많이 알려졌다고 나 할까..
아.. 김형중은 예전에 EOS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고는 둘 다 각자의 솔로 앨범을 내었고,.
작년에는 김형중 1집이,
올해는 김연우 2집이..드뎌드뎌 발매 되었다.

누구 노래가 더 좋냐고?

난 누가 뭐래도 김연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실 둘의 노래실력을 가지고 뭐라 그럴 수는 없다.
두 명 다 발군의 노래실력을 갖고있다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 )
다만..내가 김연우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목소리 때문이다.

사실 김형중의 목소리가 더 부드럽고 잔잔하기 그지 없다.
토이 5집의 '좋은 사람'에서 들을 수 있듯이. 밝고 감미롭다.
반대로-비교적 반대로- 김연우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다.
누가 더 좋은 목소리, 나쁜 목소리라는 게 아니라 둘의 차이가 그렇게 난다는 말이다.
5집의 언젠가 우리다시 만나면의 그 가라앉은 목소리...

난 그 목소리가 좋다.
더 우울해 보이긴 하지만..^^

굳이 시에 비교하자면 김형중의 목소리는 '이정하'나 '김현태' 내지는 '서정윤'같다고나 할까?
부드럽고 감미롭기 그지 없어서 사람들의 감정샘을 마구마구 건들어 준다.
대신 반대로 나같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감정샘을 찌르는 걸 싫어하는 취향에게는
거북하리 만큼 감정을 자극하는 느낌이 든다.
뭔가 절제된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상대적으로 김연우의 목소리는 약간은 건조한 편이다.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속으로 삭히면서..
그렇게 노래를 하는 느낌이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면-딴소린 거 같기는 하지만..--a -
김형중의 목소리는 이별조차 아름답기 그지 없는 화음과 부드러움 으로 이야기를한다.
김연우의 목소리는 이별의 아픔을 억지로 삭히면서 눈물을 참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

비교가 되는지?....--;;

여튼...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김연우의 목소리...
2집이 새로 나왔다.
몇년 전부터 나온다고 하더니..이게 이제야 나오다니..--; 사실 어이가 없을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거 이상의 앨범이다.

하나의 앨범에 재회-(회상)-만남-사랑-이별-...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들어가 있어서..
노래보다는 앨범에 더 집착하게 만드는 앨범이다.가만히 이야기를 따라가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가슴이 찡해지는 그런 앨범...

개인적으로 3번 트랙이 마음에 든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목소리. 딱 그분위기다.
잔잔한 목소리에..조용한 음악.그리고 멋진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