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라도 다녀오자

천왕봉

풍경소리 2006. 5. 22. 21:32



회사에서 다녀온 명목상 '엠티'내지는 '극기훈련'
..

개인적으로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에가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산을 갈 수도 있는 거고,
힘이 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시는 안 갈거다.

가는동안에 21세기들어서 처음으로 '속칭' '관광버스'분위기를 체험했다.
팀의 '생산직 아저씨'들은 자리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소주를 까기 시작했고..
술이 올라 고성방가에 음주가무를 시작했다....
산에 가려고 온건지.. 관광을 온건지...(참고로 저녁 여섯시에 출발..)

지리산 중턱 도착이 저녁 열시.
그리고 곧바로 '쓸데 없는' 신입사원 환영회....
거기서 술 먹는 '생산직'들은 더욱 술빨을 날렸고..
분위기는 점점 화기애매해졌다..

아무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기타 들고 나와서.....
노래는 안 부르고 하는 말이..
굳이 따지면 다들 자기 밑이라고, 자기가 나이가 많고 입사순서가 빠르다고...
선배로서 하는 말인데 '사원들 개기지 말라고..'
속에서 피식 비웃음이 나왔다.
'생산직'주제에.. '노조원'이라는 타이틀 하나 덕분에
일은 할 생각도 안하는 그런 인간인 주제에 설교는......

거기까진 괜찮았다.
거기서부터가 차라리 문제였다.
위험수위를 살짝 말짝 넘긴했지만 그정도야 다들 넘어가줄 수 있는 일들...
'야~ 이SY!! 조용안해?'
-참고로 차장님이시다.. 밑에 부하직원 꽤 된다.-
'유DK~~ 까불지마...'
-그룹장이다.--a ,이 사람 미친게다...
...

저렇게 시작된 원맨쇼는 다른 생산직 한명을 집중 타겟으로 삼아서
공격할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때부턴 투맨쇼...--a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
말리는 사람마저 같이 싸잡아서 욕먹는 상황..
그런 저급스런 행사는 새벽 두시까지 계속 되었고....
산행에 앞서 숙면을 취해야 할 우리는 그 우격다짐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그렇다고 방이 편했냐하면 그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수련회에 맞춰져서 만든듯한 시설은 성인이, 직장인이 쓰기에는
너무 조잡하고 불편했고,
60명남짓 되는 인원을 커다란 방안에 들입다 집어놓아서
막상 자리에 눕자마자 10.1채널의 다양한 주파수 및 볼륨의 코고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시계를 본 게 오전 세시..
그리고 아침 네시반이 되자 누군가가 불을 켰다.

씻을 시설도 없어서 씻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발은 늦춰져만 갔다.
네시반에 불을 켜고 여섯시에 출발하는 어리숙한 무계획적 운영...
한시간 반동안 과연 무얼 했던가?...

.....
이렇게 우린 산에 올랐다.
도대체 산에 가려고 내려온건지...
정말 '극기'를 시키기 위해서 쌩고생을 시키려고 그런건지..
정말 의문이다..
정말..

이게 뭔가??????

ps)그나마 난 산은 좋아해서,
산에 올라가는 것 자체는 좋았다.
그리고 그것 뿐이었다....
절대... 안간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