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아침

풍경소리 2005. 10. 12. 23:15
5:40 am
핸드폰에서 이루마의 kiss the rain이 울려퍼진다.
어렴풋이 들어있던 정신은 벌써 아침이란 사실에 약간 불평을 하며 몸을 깨운다.
물론 몸은 움직이기 싫다. 하지만 알람은 꺼야기에...
더듬더듬 몸을 움직여 핸드폰을 잡은 후 슬라이드 창을 열었다 닫는다.
그리고 5분간 정지.

5:45 am
kiss the rain이 한 번 더 울린다.
모닝콜 음악을 참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조용해서 잠을 깨우기에
넉넉하면서도 내 성질머리(?)를 건들지 않기에.. 아까의 알람으로 몸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핸드폰을 잡아서 다시금 슬라이드를 올렸다 내린다.

5:50 am.
세 번째 울리는 kiss the rain, 이번에는 일어나야 한다. 몸을 움직이고 눈을 뜬다.
불을 켠다.
화장실로간다. 적응될 때가 아직 안 되었는지 눈동자는 붉다.
푸덕푸덕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6:10 am
잠귀가 그렇게 어둡던 누나가 어찌 이렇게 아침에 민감해졌는지 알 수 없다.
알람을 맞추고 사는 것도 아닌데 누나는 내가 일어날때 계속 깬다.
아줌마가 되어서 그런 것인가...
아침을 늘 챙겨주려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다.
누나가 챙겨주는 아침을 먹고 이를 닦으면 이제 집을 나설 시간이다.

6:15 am
집을 나선다.
아직 하늘엔 어슴프레 한 어둠이 깔려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아파트를 나서면 금방 버스 정류장이다.
겨우 두 정거장.. 하지만 왠지 걸어가긴 싫다.

6:25 am
환절기의 약간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고속터미널 옆, LG주유소로 가면 줄은
이미 반쯤 차 있다. 어둠은 점점 엷어지고, 서서히 다가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바로 옆에서 계속 타고 떠나는 삼성전자 통근버스를 보며..
내가 탈 버스를 기다린다.

6:33 am
통근버스 시간은 정확하다.
한대 밖에 없기에 더욱 정확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정확한 지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다. 대충 되겠지뭐.. 정도 뿐.

버스에 오르면 이제 다시 잘 시간이다.
우등버스가 아니라서 목과 허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ㅤㄴㅜㅍ는다고 잠이드는 게 아니지만,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잠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현실적으로 없다.

한참을 가다보면 해가 성가시는 순간이 있다.
해가 뜨는 구나.. 라고 느끼면서 내 눈을 찌르는 빛을 없에기 위해 커튼을 확 당겨버린다.
그리고 다시 수면의 세계로 돌아간다.

7:50 am
버스가 서면, 한동안 정지했던 몸을 다시 추스려 본다.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며칠 전에야 발급된 사원증을 찍고, 회사로 들어간다.

7:53 am
내부 셔틀은 자주 온다. A지구에서 B지구로 가야 하는 길.
멀진 않지만 귀찮다.

7:59 am
사무실로 올라가려면 막 체조가 시작된다. 자리도 없고 ...
체조를 따라하기엔 너무나 난해해서 어찌해야 할지 헷갈린다.
슬쩍 빈 자리에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1층의 셀로 와서..
다시 버려진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침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