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2006. 9. 14. 21:26
너와 나 사이엔 강이 있다.
넓고 깊은 강이.

네게 이 넓은 강을 건너오라고 할 수 없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강을 건널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평생 이렇게 강건너에서 서로 목청을 내지르는 사랑을 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강건너 모습만 보아도 목소리만 들어도 포근하고 아늑하기 그지 없지만
살다보면 언젠가는 강건너 서로를 바라보는 이 모습을 견디지 못할 순간이 올 것만 같다.
봄이 오면 따뜻해서 좋겠지만, 여름이면 시원해서 좋겠고
가을엔 강물에 비친 단풍을 보며 좋아하고
겨울엔 그냥 옷 껴입고 바라보아도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때로는 따뜻한, 때로는 땀 끈적한 살내음이 그리운 순간이 분명 필요할 터이기에.
그때의 그 빈 살내음을 쉽게 이겨낼 자신이 없다.

조금만 더 어렸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잠깐 건너가서 놀다가 다시 내 집이 있는 강 이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텐데...
이젠 한번 건너가면 돌아올 시간이 없어 보인다. 돌아올 자신없이 건너갈 순 없기에..

너무 아쉽다.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늘 그렇듯 왜 또 서로 자신의 길만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