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다섯 번째 미팅.
풍경소리
2005. 10. 22. 22:46
내 미팅의 역사(?)는 참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미팅이라는 건 저학년에 많이하고 고학년이 될 수록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 특이하게도... 1학년때는 미팅을 딱 두번 했었다.
누가 적지 않다고 굳이 변명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에는 미팅을 해 본 일이 없다.
쭈욱.
미팅이라는 녀석을 다시 해 본 것은 대학원을 들어와서였다.
것도 석사 2년차에 우연히.
당연히 after 따위는 전혀 없이 미팅을 그저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벅차(?)
기뻐 했었다.
예전 미팅의 기록
그리고 이번이 다섯번 째다.
스물 여섯의 가을이 깊어지는 어느 날,
직장인이 다 되어서 한 미팅.
더욱 재밌는 사실은 상대편도 직장인이라는 일반적인 '미팅'의 그림에서는
잘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 이번 미팅이었다.
미팅을 물어 온 것은 상보였다.
동문회 후배의 직장 연수 동료, 요즈음 잘 나가디 잘 나가는 s전자..
내 연봉보다는 1000정도가 더 많은...
능력있는 여인네들이었다.
내가 어디에 다니는 무엇하는 누구이던,
그 애들이 어디에 다니는 무엇이던.
미팅에선 그저 남자고 여자다.
여자가 남자의 무엇을 보는지는 모르지만,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보기 마련이다.
둘은 귀엽고,
한명은 성격이 까칠해보이고..
한명은..... 미안하다. ^^;
분위기는 형덕이가 잡고 있었고, 살짜쿵 질투는 났지만 그건 각자의 타고난 성격이니,
부러워는 하되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다. 바로 앞에 앉은 나름대로 귀여운 아이에게
말을 열심히 걸어보려고 하고 있었지만, 내가 내키지 않는지 돌아오는 대답은 늘
단답형으로 짧기만 하다. 그렇다고 자리를 옮기기도 난감하고 맨 구석에 앉은지라
상보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기에 결국 대안은 없다.
누굴 하나 건지겠다는 마음을 비운다면야 , 미팅이라는 것은 재미 없기가 되려 더 힘들다.
가벼운 게임에 그냥 시시껄렁한 대화들로만 채운다면, 가슴에 남는 것은 없을지라도
즐거운 주말시간으로서는 충분하다.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왔던 것이
약간 안타깝긴 하지만 마음을 비운 담에야 즐겁게 놀 수 있다.
시간은 흐르고, 문맥상 전혀 관계 없는 어미지만.
강남의 술집은 비싸다.
--;;
2000cc 주제에 20000원을 하는 곳을 거쳐나가면 남은 것은 거의 빈 지갑.
가벼운 맘으로 가는 노래방.
난생 처음으로 음료수를 카드결재 해봤다.
현금이 다 떨어져서 집에 가기가 난감한 상황.
토요일 밤은 어느 덧 일요일 새벽으로 바뀐 시각에 그렇게 노래방에서
조용히 때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
다섯 번째 미팅은 노래방에서 시끄럽게 사그러들고 있었다.
스물 여섯살의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 미팅.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미팅이 될 지 모르는 그런 미팅이
사그러 들고 있었다.
재미있게 흥겹게, 그리고 아쉬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