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3월 2일에.

풍경소리 2005. 3. 2. 20:30
3월 2일.

2005년 내 나이 스물 여섯 되는 해.
그해 3월 2일 밤 여덟시 이분.

무어라고 해야 할까.
생각의 타래가 풀리지 않는다. 복잡한 타래지만 풀다보면 어쩌다보면
그냥 쉬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가만히 타래를 보고 있었건만
문제는 그 실타래의 시작이 어딨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매듭을 찾을 수 없자
과감히 그 끈을 잘라버린 알렉산더의 일화가 갑자기 생각이 나긴 하지만
난 세계 정복을 할만큼의 과단성이 없다.

쓰잘데기 없이 우울증 검사를 해 본 적이 있다. 인터넷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설문을
통해. 약한 우울증의 기미가 있다나 뭐다나..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내게 자신감과
의지가 부족한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우울증'이란 단어를 내게 대입하기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우울증을 검사하는 질문들에 부정적인 대답을 한 이유는
단 하나 , 지금 불안한 내 졸업문제. 그것 뿐이었을 뿐. 졸업에 대한 불안감만 가신다면
내가 불안해하는 거의 모든 문제가 일단은 가벼이 해소될 것이다.

그래.
문제는 단 하나로 귀결이 된다. 졸업 그리고 취업.
일단은 졸업이 문제다.

이제 3월. 6월 초면 난 졸업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고
7월이면 책자를 만들어서 인쇄를 하고 있어야 하며
8월이면 이미 어느 회사에 취직해서 신입생 연수를 다니고 있어야 할거다.

겨우 석달 앞으로 다가온 졸업.
문제는 졸업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졸업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일년 반동안 제대로 한 일이 없이 그저 시간만 보내왔었기에...
무얼 어찌해야 졸업할 수 있을지가 너무나 걱정되고 두려운 것 뿐이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아는 척 할 것도 없는 상황이 걱정되는 것 뿐.

과연 졸업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맹목적인 두려움과 해결방안 없는 걱정의 반복보다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의 석달간의 계획에의 고민이다.
과연 논문에 무슨 내용을 써 넣을지.
어떻게 해야 졸업할 수 있을지..
이게 내가 진정 고민해야 할 항목이다.
그리고 이부분이 나의 결정적 단점이기도 하고...
걱정은하되 해결책은 별로 생각을 안하고 그리고 해결을 위한 행동은 더더욱
안한다는 그런 단점이.

3월 2일.
개강 첫날.
무언가 생각해보려고 한 내 시도는 일단 여기까지다.
무엇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이번 주내에 천천히 생각하련다.
하지만 ..
이번 주 내에는 완벽히 생각해봐야 할 듯 싶다.
무얼 해야 할까?
무얼로 졸업할 수 있을까.....

졸업.. 취업..
인생의 한 고비.